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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일보] 가을 童話 나무의 마음(김창완 교수)

작성일 2018-11-07 09:45

작성자 장효진

조회수 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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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물이 든 가을 숲의 오솔길이 내 발길을 끌었다. 나는 어느새 한적한 숲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숲에 가득한 나무들이 이곳저곳에서 걸어온 여러 갈래의 길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큰 숲을 이룬 뒤 서로 악수를 건네며 어깨를 토닥이고 있었다. 그들은 이내 깊은 눈빛으로 이 세상을 굽어보기 시작했다. 그때 서늘한 숲에서 가을 나무들의 목소리가 우렁우렁 들려왔다. 나는 깨금발로 살며시 다가가 인기척을 감추고 가만히 그 마음을 엿듣기 시작했다.

먼저 갈참나무가 단풍나무에게 말을 건넸다. 자네는 올 한해도 얼마나 숨 가쁜 시간을 지나왔는가. 봄날의 화려함 속에 다가온 쓸쓸함과 여름날의 혹심한 더위, 그리고 여기저기 들려오던 가슴 아픈 일을 겪지 않았는가. 더러는 기뿐 일도 없지 않았지만 돌아보면 우리 삶은 힘겨운 순간이 더 많은 것 같네. 그래서 누구라도 생을 그리 쉽게 규정짓지는 못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자네의 얼굴에는 밝은 빛으로 물이 들고 지난 시간의 슬픔과 고통을 잘 익혀 붉은 빛으로 곱게 단장을 했으니 그건 참으로 대단한 일일세. 나는 오늘 자네를 보고서야 지난 시간의 시름을 덜게 되었네. 내 마음도 덩달아 밝게 타 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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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