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정지
이사 가는 날입니다
방이 빠르게 무너지는데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고여있습니다
먼지 가득한 수평선이 보입니다
그 바다는 오래 고여 있었지만
살아있습니다
손끝이 가리킨 곳은 바다 한 가운데
한쪽 방향으로
주름진 파도를 따라가면
입술이 움찔거립니다
바다가 흔들릴 때마다
빈방은 꿈꾸는 아이처럼 입을 벌리고
파도를 한 장씩 넘기면
색 바랜 물고기들이 누워있습니다
문을 잠갔습니다
내 몸에 누군가 들어갔다 나갔습니다
제14회 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 공모전에서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우혜린 씨가 ‘일시정지’로 시(詩) 부문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문인협회 계룡지부가 주관하는 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은 조선시대 대학자인 예학의 종장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 1548~1631)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우 씨의 작품은 “내면세계와 외부세계를 결합시키는 섬세한 언어 사용이 돋보인다”라는 호평을 받으며 열네 번째 공모전에서 시 부문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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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