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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사월리 비타령(김창완 교수)

작성일 2016-11-08 11:44

작성자 장효진

조회수 1009

수정

빗속에 손짓이 있다

눈빛이 있다

沙月里

沙月里

잃어버린 길

비는 굵어지고

사나이는 비틀거리고

사나이가 비틀거려

무너져 내리는 둑

천둥소리에 놀라

물오른 혓바닥

얼굴 가득히

연보랏빛

얼마나 헤매었을까

沙月里

沙月里

잃어버린 길

이 고샅

저 고샅에 짜낸 눈물

자운영 꽃밭에 퍼질러 앉아



빗속에는 절대 빗물만 있는 게 아니라오. 우리 언젠가 빗속 걸으며 흘리던 눈물인지 빗물인지. 그 분간 못할 순간의 격정도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라오. 그 날의 캄캄함 너머 다가오는 빛도 있는 것이라오. 그리고 여기 한 사내가 바치는 젊음의 몸부림과 사랑의 열병도 들끓고 있느니, 빗속에는 누군가의 손짓 발짓도 있고 눈빛과 마음 빛도 들어 있는 것이라오. 그 손짓은 누군가에게 화살로 달려가 그리움에 깊이 꽂히고, 또 그 눈빛도 누군가에게 번개처럼 다가가 심장에 깊이 박히고. 아, 우리 젊음을 돌아보니 그 어디 마음 둘 곳 없어 몸이 달던 때가 수도 없어라. 잃어버린 길을 따라서 비틀거리는 사나이, 무너져 내리는 둑. 지천으로 피어나던 자운영 꽃밭.

줄기차게 쏟아 붓는 빗줄기를 생각해보라. 앞을 분간할 수 없는 빗줄기가 시야를 가리고 나아갈 길 보이지 않는 순간. 어쩌면 우리 그 빗줄기에 온몸을 맡겨야 할지 모른다. 그때는 더 이상 다가올 시간이 없을 것 같아도.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빗줄기도 다 때가 있어 순간일 뿐, 시간 지나 맑게 개인 하늘 찾아오리니. 아, 그건 지금의 우리인가. 이 시는 우리에게 감당 못할 폭우로 몰아치며 순간으로 쏟아 붓는 힘이 있다. 시인·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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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