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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일보/ 당신의 '님'은 누구입니까?(정일규 교수)

작성일 2016-05-26 10:14

작성자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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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중략/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을 휩싸고 돕니다.

학창시절 국어교과서에서 배운 바 있는 너무나 잘 알려진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이다. 이 시에서 말하는 '님'이 누구이냐를 묻는 것은 단골 시험문제였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다. 이 시의 서문에서 만해는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라고 했듯이 님은 어느 특정한 대상으로 한정되지 않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러므로 님은 읽는 사람에 따라 사랑하는 연인일수도, 나의 조국과 민족일수도, 평생을 통해 추구하는 진리자체일 수도 있다. 다만 3·1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서 옥고를 치루면서 치열하게 독립운동가로서 싸웠던 그의 생애를 볼 때, 그에게 가장 그리운 존재가 누구였는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즉 일제의 통치에 억눌려서 신음하던 민족의 상황은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음이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님이 떠나버려서 부재(在)하는 '님의 침묵'이 의미하는 바를 그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떠나서는 해석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한용운의 시에서 님이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빼앗긴 조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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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oongdo.co.kr/jsp/article/article_view.jsp?pq=20160525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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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