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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 김완하의 시 한편 (김완하 교수)

작성일 2016-04-26 10:41

작성자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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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서 통통한 콩알을 오천 원 어치 샀다/ 밥 앉힐 때 넣으면 한 두 끼의 고소함이 있으려나/ 참자며 뒷마당에 세 알씩 심으며/ 한 알은 까치 등 새들이 파먹고/ 한 알은 땅속 벌레가 까먹고/ 한 알은 오롯이 자라 열매를 맺겠지/ 이따금 넝쿨을 기둥에 받쳐주고/ 핀 꽃에게 어여쁜 눈길도 주다가/ 찬바람 불고 열매도 꼬들꼬들 맺혀/꼬투리를 까보니 살 땐 통통하던 콩알들은/ 반 토막이 되었던 터라 이상하다/ 갸웃거리다가 아이야!/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더니/ 자주 눈길 주지 못한 마음에 미안함만 커져/ 반 토막이라도 거둔 수확은 햇살에 잘 말려두었다가/ 돌아오는 봄에 심어야지/ 눈길 마음 길 발길도 자주 주어야지/ 또 다시 찾아온 기다림의 느낌은 반 토막 수확보다 좋다는 걸/ 나는 콩알을 심은 게 아니라 기다림을 가꾸었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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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