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공지

'취업용 성적표' 따로 만들어 준 70개大

작성일 2013-10-17 15:19

작성자 김성철

조회수 5921

수정

조선일보 보도자료 <2013.10.14(월); A8면>


'취업용 성적표' 따로 만들어 준 70개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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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률 올리려 학점 세탁, F학점·재수강 여부 표기 안해… 70곳 外에도 더 있을 가능성

- 일부대학은 학칙으로 '이중 성적증명서' 발급 규정

- 51개大, F학점 표시 않고 평균학점에도 반영 안해

   유명 4년제 사립대를 포함한 대학 70곳이 F학점을 비롯해 재수강, 학점 포기(철회) 여부 등을 성적표에 표기하지 않은 이른바 '취업용 성적 증명서'를 따로 만들어 준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교육부를 통해 우리나라 대학 340곳(일반대 201곳, 전문대 139곳)을 조사한 결과, 고려대·숭실대·광운대 등 70곳(4년제 49곳·전문대 21곳)에서 학생들의 성적증명서를 '열람용'(교내용)과 '제출용'(교외용)으로 구분해 '이중 성적표'를 발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열람용'에는 학생이 취득한 모든 과목과 학점 등이 제대로 표기되지만, '제출용'에는 학생에게 자칫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F학점이나 재수강 여부 등이 기록되지 않았다.

   대학 70곳 중 특히 51곳은 아예 평균 학점을 계산할 때 F학점 받은 과목을 반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학생 성적이 올라가도록 했다. 51곳 가운데 4년제 대학이 34곳, 전문대학이 17곳이었다. 김 의원은 "일부 대학에선 학칙 또는 내규에 '이중 성적표'를 발급해주도록 규정한 곳도 있었다"며 "문제는 대학을 관리·감독해야 할 교육부가 그동안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상황 파악도 못 해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교육부를 통해 시행한 이번 조사에서 동국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한국외대 등 104곳은 답변을 제출하지 않았다. 따라서 스스로 인정한 대학 70곳보다 실제 '이중 성적증명서' 발급 대학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이 김 의원 설명이다. 또 166곳(4년제 111곳·전문대 55곳)은 '이중 성적증명서'를 발급하지 않는다고 교과부에 답변을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발급했을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대학들이 '이중 성적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은 취업난 때문이다. 대학은 제자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이중 성적증명서'를 발급할 뿐 아니라, 교육부가 대학들에 대한 재정지원 사업을 할 때 취업률을 주요 지표로 반영하기 때문에 취업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이중 성적증명서'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양대 교무처장 김성제 교수는 "학생들이 재수강을 했는데도 그 기록 없이 학교가 성적 증명서를 발급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학생들이 더욱더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무분별하게 재수강을 하게 만드는 현실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성적이 A로 뛰어난데도 A+를 받기 위해 다시 수업을 듣는 등 평점 0.1~0.2점 상승에 목을 매는 것이 우리 대학 사회에는 만연하다.

  김 교수는 "재수강을 통한 학점 올리기가 심해지면 대학들이 제공하는 졸업생 성적이 엇비슷해져 결국 기업과 대학원 등에서 대학 성적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중 성적증명서'는 우리 대학사회의 '학점 인플레이션'과 관련이 깊다. 실제 많은 대학생은 취업·진학 등을 이유로 재수강이나 학점 포기, 졸업 유예 등을 통해 성적을 높이는 이른바 '학점 세탁'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학생들의 성적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교육부가 공개한 전국 4년제 대학 182곳의 '2011학년도 학점 분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졸업생 중 평균 점수 B학점을 넘는 학생 비율이 89.4%에 달했다. 10명 중 9명이 B학점 이상을 받은 셈이다.
김희정 의원은 "재수강을 하지도 않았는데 학교 측이 '제출용' 성적 증명서에서 F학점을 아예 표기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는 재수강 등 학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한 학생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보관리부서 : 학사관리팀

최종 수정일 : 2021-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