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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림의 푸른생각] 빠져드는 마술의 세계

작성일 2026-06-21 16:23

작성자 이영채

조회수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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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염은별



 눈앞에서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장면에 우리는 홀린 듯 빠져든다. 사라지는 카드 한 장, 허공에서 나타나는 동전은 마법처럼 현실의 법칙이 사라진 듯이 모두를 속인다. 과연 마술은 단순한 눈속임에 불과한 것일까?



1. 우아한 거짓말
1-0. 훔치고, 속이고, 즐겨라!: 나우 유 씨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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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 나우 유 씨 미3 포스터(출처: 파이낸셜 뉴스)

“가까이서 볼수록, 오히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영화 ‘Now You See Me’ 시리즈의 대표 대사처럼, 마술은 늘 관객의 시선을 속이며 놀라움을 자아낸다. 2025년 개봉한 ‘Now You See Me: Now You Don't’는 화려한 트릭과 속임수로 관객들을 다시 한번 환상 속으로 끌어들였다. 루빈 플라이셔 감독의 마술 하이스트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며, 은퇴했던 마술사 집단 ‘포 호스맨’이 새로운 임무를 위해 재결합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국내 관객 수 약 137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작품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전개와 현실성 면에서는 전작보다 나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와 더불어 배우들의 호흡, 화려한 세트 디자인은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반면, 세대교체 중심의 이야기 속에서 기존 구성원들의 비중이 줄어든 점, 전작보다 축소된 마술 규모,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마술 영화’ 특유의 매력이 약해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1-1. 논리를 멈추는 주문
 ‘마술’은 그저 눈속임에 그친다고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흔히 마술을 정의할 때, 불가능한 현상처럼 보이는 트릭이나 환상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공연해 즐거움을 주는 예술이라고 한다. 사실, 그 이면에는 과학적 원리, 착시와 심리학적 기법이 정교하게 얽혀 있다. 빛의 반사와 굴절을 이용한 거울 트릭, 무게중심을 활용한 균형 마술, 열과 반응을 이용해 물질이 변하거나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 등 다양한 과학 원리가 작용한다. 또한, 마술사가 관객의 시선과 주의를 의도적으로 다른 곳으로 유도해 트릭을 숨기는 심리적 기술 ‘미스디렉션’이 마술의 핵심 원리다. 관객의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유도하는 동안 속임수가 진행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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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 로베르 우댕(출처: 부산일보)

그렇다면, 마술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기록상 가장 오래된 마술 공연은 기원전 2,7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마술사가 컵과 공을 이용한 마술을 선보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중세 시대에는 마술이 주술 및 신비 술과 깊이 연결돼 있었으나, 1805년 근대 마술사 ‘로베르 우댕’이 등장하면서 마술은 길거리와 서커스를 벗어나 우아한 무대 예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여러 스타 마술사가 등장하며 마술의 황금기가 펼쳐졌고, 뮤직홀의 필수 공연 요소로 성장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영화와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펼쳐지는 클로즈업 매직이 새롭게 대두됐다. 이후 거리 마술과 TV 마술쇼, 온라인 콘텐츠 등으로 다양하게 진화하며 오늘날에는 하나의 독립적인 공연 예술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1-2. 마법사?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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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 클로즈업 마술(출처: 매직큐레이션랩)

우리를 또 다른 세상으로 안내하는 마술은 ‘마술사’의 손끝에서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술사는 크게 세 가지 직업군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클로즈업 마술사’다. 소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일상 소품을 이용한 마술을 선보이는 직업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마술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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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 이은결(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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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 데이비드 카퍼필드(출처: 스포츠 서울)

다음, ‘일루셔니스트’다. 이들은 대형 무대에서 큰 규모의 환상적인 마술을 펼친다. 대표적으로 ‘이은결’과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있다. 이은결은 2006년 FISM(국제마술연맹 세계대회) 제너럴 부문 1위를 수상한 세계적인 마술사다. 자신을 마술사보다 ‘일루셔니스트’로 칭하는 것을 선호할 만큼 자신의 장르에 대한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같은 분야의 데이비드 카퍼필드는 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지게 하는 등 전설적인 퍼포먼스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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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 – 최현우(출처: 중앙일보)

마지막으로, ‘멘탈리스트’는 관객의 생각을 읽거나 사건을 예측하는 등 주로 심리학과 뇌과학을 활용한 마술을 한다. 대표 인물로는 ‘최현우’가 있다. 최현우는 클로즈업 마술로 시작해 현재 예언 및 심리 마술 예능 프로그램과 경연을 통해 대중에게 마술이라는 장르를 널리 알린 인물이다. 현대의 마술사는 단순히 눈속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주의를 조종하고 공연에 맥락과 감동을 부여해 불가능한 순간을 실제처럼 느끼게 만드는 종합 예술가다.



2. 어떤 곳이든 무대로!
2-1. 인지 부조화의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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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 – FISM(출처: 부산의 소리)

마술의 무대는 이제 유튜브와 SNS 플랫폼이 새로운 주류 공연 공간으로 떠올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FISM(Federation Internationale des Societes Magiques, 국제마술연맹)’이 있다. 이는 6개 대륙의 100여 개 협회, 8만 명 이상의 마술사가 소속돼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마술 국제기구다. 한국은 FISM 역대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 중 하나이며, 2018년에 이어 2028년 ‘세계마술챔피언십’도 부산서 열릴 예정이다. 이렇게 실력을 검증받는 방식 외에도, 개성 있는 캐릭터 설정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마술사들도 늘고 있다. 길거리에서 행인을 대상으로 하는 스트리트 마술사, 코미디와 결합한 코미디 마술사, 특정 테마나 이야기를 중심으로 공연을 구성하는 컨셉 마술사와 테마 마술사 등 다양한 유형이 공존하며 마술이라는 장르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마술이 관객에게 주는 핵심 효과는 인지 부조화다. 인지 부조화는 자신의 기존 믿음이나 인지와 충돌하는 정보에 직면했을 때 느끼는 심리적 불편 상태를 말한다. 마술은 이것을 의도적으로 유발한다. 관객의 눈앞에서 익숙한 질서가 뒤집히는 순간, 뇌는 기존 지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강한 자극을 받는다. 뇌과학적으로도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예상을 벗어난 결과가 나타날 때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마술은 이 순간을 정교하게 설계한다. 관객이 속임수를 눈치채려 할수록, 마술사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고, 그 긴장과 이완의 반복이 공연 내내 관객을 흥분 상태로 유지하게 한다. 여기에 마술은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한다는 특징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단순한 동작 하나가 수천 시간의 연습 끝에 완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렇게 쌓인 기술은 안정적인 공연 효과를 유지한다. 이처럼 과학적 원리와 심리적 설계, 그리고 오랜 숙련이 한데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마술은 공연 예술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2-2. 흥미를 이용한 공부
 마술은 심리학 연구의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인간의 주의력과 착시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마술사의 기법을 빌려 실험을 설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신경마술’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도 생겨났다. 이는 뇌과학과 마술의 상호작용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지각과 인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다. 또, 마술의 핵심 원리인 ‘미스디렉션’은 교육 현장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도 응용된다. 상대방의 주의를 전략적으로 유도해 협상의 흐름을 조율하는 비즈니스 협상, 청중의 집중력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대중 연설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또,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 집중력을 높이는 도구로 마술을 활용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마술이 가진 의외성과 흥미 유발 효과를 학문적 가치와 결합함으로써 학습자에게 새로운 시각과 통찰력을 키워주는 교육 방법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마술을 교육으로 체계화한 ‘교육마술지도사’ 자격증도 등장했다. 이는 교육마술을 통해 창의력 발달, 발표력 및 집중력 향상을 돕는다. 자기 계발에 필요한 역량을 지도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으로, 자격기본법 규정에 따라 등록된 민간 자격이다. 직접 손으로 트릭을 익히는 과정에서 소근육 발달과 집중력이 함께 향상되고, 관객 앞에서 마술을 선보이는 경험은 발표 불안을 낮추고 자신감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마술의 원리를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이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교육에 그치지 않고, 성장을 이끄는 도구로 주목받는 중이다.



 마술은 눈앞의 착각만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마술의 비밀을 밝히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환상이 깨지지 않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논리와 환상이 교차하는 그 짧은 순간, 잠시 현실의 규칙을 잊어보는 건 어떨까?

정보관리부서 : 홍보팀

최종 수정일 : 2026-04-06